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다정하고 감동적인 침범

낙타와 펭귄같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친구가 되어 서로 교환일기를 주고받으면서 탄생한 책입니다.

저도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단짝 친구와 교환일기를 주고받았던 적이 있었는데요,

나이도, 하는 일도, 삶의 가치관도 서로 다른, 어엿한 성인 여성들의 교환일기라니, 기분이 조금 간지러워집니다.

이 책의 저자는 요조와 임경선입니다.

책의 앞부분에서 요조는 자신을 '글 쓰고 노래하고 영화 만들고 제주에서 책방 무사를 운영하는 여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내가 말했잖아'라는 노래로 처음 요조 님을 알게 되었는데요, 지금까지도 줄곧 가수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계신 줄 몰랐습니다..!ㅎㅎ

그리고 임경선은 자신을 '글 쓰는 여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많은 책을 펴내신 다작 작가님이세요!

저는 이번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통해 처음 임경선 작가님을 알게 되었지만, 앞으로 작가님의 책을 발견하면 기쁜 마음으로 집어 들 것 같습니다.

"그랬던 내게, 비효율의 끝을 달리는 몹쓸 습관이 생겼다. 요조와 나누는 문자 대화가 그것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트위터와 페이스북, 문자메시지와 텔레그램 등 뚫린 곳이면 그 어디서건, 우리는 서로에게 미친 듯이 뭔가를 썼다."

요조를 알기 전 임경선은 자신의 한정된 자원을 허투루 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고효율의 끝을 달리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요조와 나누는 문자 대화는 이런 임경선에게 일어난 비효율적인 일상의 변화였는데요, 서로 하루 종일 끊임없이 이야기하다가 누구 한 명이 먼저 잠들때까지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늦게 잠들었던 다른 한명이 혼자 열심히 떠든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네요.

두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상상이 되시나요?

임경선은 이 모든 대화가 '너무 재밌었다'라고 합니다.

너무 재밌었기 때문에 끝내 책으로 나와 독자들도 이 둘의 알콩달콩한 교환일기를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막역한 사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대체로 놀라워했다. 마치 어떻게 낙타와 펭귄이 친구가 될 수 있냐는 듯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표정을 짓곤 했다."

임경선과 신 요조는 어쩌다 막연히 '아는 사이'였다가 편의상 서로를 '친구'라고 소개하던 시절을 거쳐서 지금은 '정말로 친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이야 하루 온종일 친구들과 붙어 지내니 안 친해지려야 안 친해질 수가 없겠죠.

대학시절도 같이 즐겁게 놀고 공부하고 술 마시다 보면 다들 쉽게 친구가 됩니다.

하지만 온전히 성인이 되고 난 후 사회에서 진정한 '짱친'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각자의 생활방식이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고... 이 '다름'을 인정하고 내면 깊숙이 받아들이기엔 이미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하니까요.

이렇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임경선과 요조는 '정말로 친구'가 되었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요조는 의미심장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타인의 알콩달콩한 우정을 굳이 엿봐서 뭐하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확실히 타인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당신도 진짜 이상한 사람하고 친구가 한번 되어보길 추천한다. 내가 그랬듯이."

나 살기도 바쁜 마당에 타인의 이야기까지 신경 써야 하다니! 그것도 은밀한 교환일기라니?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교환일기를 추천받아 읽고 있는 나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교환일기에서 우리 모두의 삶의 가치관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요.

임경선과 신 요조가 살아오면서 했던 수많은 고민들과 그 고민들에 대한 자신들의 나름의 해법들, 얼핏 보면 타인의 이야기인 듯싶지만, 사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나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라는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여자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하고 생각해봤던 주제들이 많습니다.

책으로나마 그들의 우정을 엿보며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했습니다.

저도 온전한 성인으로서 다른 인격체를 '정말로 친구'로 맞이할 수 있는 성숙한 자아를 가지기를 소망해봅니다.

다음 포스팅에는 인상 깊었던 책의 구절들과 제 나름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ㅎㅎ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