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선택과 자유

낙타와 펭귄같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친구가 되어 주고받는 서른세 번의 교환일기

오늘은 그중 '하기 싫은 일', '선택', '자유', '극단적인 사람'에 대한 두 사람의 이야기와 또 그것에 공감하는 제 이야기를 덧붙여 보려고 합니다.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해서라면 나는 그 반대 방법이 낫다고 봐. 하고 싶은 걸 찾기보다 하기 싫은 걸 하지 않기부터 시작하는 거지. 왜냐, '좋음'보다 '싫음'의 감정이 더 직감적이고 본능적이고 정직해서야."

임경선은 '나를 사랑하는 법'이란 내가 싫어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격리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여기서 신선한 충격! 을 받았습니다.

항상 긍정적으로 살고싶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저에게, '싫다'라는 표현은 부정적으로 들리거든요.

그래서 저는 항상 싫은 상황이 있더라도 그것을 애써 외면하고 억지로 좋은 부분을 찾아 덮으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상황을 긍정적으로 대하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결국 나 자신을 속이고 내 에너지를 갉아먹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아, 싫다'라는 느낌이 더 직감적이고 본능적이고 정직하다... 이 본능에 충실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싫은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억지 좋음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정직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가끔 경우에 따라서는 '이건 하겠다'나 '이건 안 하겠다'를 넘어, '지금은 아무 선택도 하지 않겠다'라는 선택지도 있어.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선택. 지금은 이대로 가만-히 있겠다는 다짐도 어떤 상황에서는 대단한 의지와 중심을 필요로 하는 것이더라."

너무나 제 상황을 반영한 듯한 부분이어서 더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해보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오래도록 다녔던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준생' 이름표가 제 눈 앞에 놓여있습니다...

남들에게 제 자신을 소개할 때 취준생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허구한 날 놀러 다니고 잠만 자면서 게으름 피우는 성격은 아닙니다만, 단지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준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지금은 운동하고 영어공부하고 이렇게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이 좋아져서 일까요?

아니면 단지 사회에 발을 내 딛기 두려운 마음에서 나오는 작은 반항이자 변명일까요.

적어도 두 세달 정도는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의아해하던 분이 나중에는 둘이 꽤 닮았다고 짚어주더라고. 좋아하는 일을 독립적으로 한다는 면에서, 그리고 별로 눈치를 안 본다는 점에서. 나는 그것을 '자유'라는 단어로 이해하고 있어."

'너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기니?'라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저는 십중팔구 '자유'라고 답해왔습니다.

너무나 자유롭고 싶어서 나를 옭아매는 것들로부터 최대한 멀어지려 노력했습니다.

일상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며 '해외여행'을 다니고, 돈으로 부터 자유롭자며 '욜로'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길어야 며칠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지루한 일상의 시작, 그리고 지름신을 정당화하는 욜로의 끝엔 다시 돈에 전전긍긍하는 나의 모습... 여러모로 모순적입니다.

진정한 자유는 내 삶을 부정하며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정말 사랑해서 나의 일상이 나를 옭아매는 존재가 아닌 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어딘가로 멀리 떠나서, 혹은 다 소모해버리며 자유를 외칠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이곳, 내 일상에서부터 자유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옳은 대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아무리 정의로운 이론을 믿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극단적이 될 때는 아주 위험해지는 것 같아요."

요조가 말하는 극단적인 사람의 한 예시가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기에 좋아보이는 것'을 맛보면 평균 상식선 이상으로 극단적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경우도 있었지만,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뻔한 적도 많았기에, 항상 주위 사람들의 걱정을 삽니다.

사람이나 현상을 너무 쉽게 믿고 순진하게 빠져들며 극단으로 끌고갑니다.

불행 중 다행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조금만 귀 기울이면 금방 공감하고 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 스스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듯 상대에게도 소중한 삶의 철학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단순히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 짓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다독다독🔖